🌱 결혼식 하루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할까?
결혼식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이 특별한 하루를 위해 수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그날이 끝나고 나면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남기곤 한다.
1회용 플라스틱 컵, 일회용 꽃 장식, 인쇄된 청첩장 수백 장,
비닐에 싸인 하객 선물, 포장된 음식, 일회용 샴푸가 든 호텔 어메니티까지…
기억은 아름답지만, 그 흔적은 환경에 무거운 부담이 된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진짜 의미 있는 결혼식이란 무엇일까?”
단지 드레스와 예식장이 아니라,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자리라면,
환경을 위한 결혼식, ‘제로웨이스트 웨딩’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제로웨이스트 웨딩을 직접 실천해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준비 과정부터 시행, 그리고 결혼식 이후의 후기까지
실제로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웨딩의 경험을 담은 기록이다.
1. 제로웨이스트 웨딩을 위한 준비 과정 – 하나하나 바꾸는 결심
처음부터 모든 걸 제로웨이스트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결혼식의 각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니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예상보다 많았고,
그 하나하나를 바꾸는 일이 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청첩장부터 디지털로
- 인쇄된 종이 청첩장을 대신해 모바일 청첩장 제작
-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로 전달
- 원하는 하객에게만 소량 인쇄 청첩장 제작 (재생지 사용)
→ 종이 절약 + 잉크·우편비용도 아낌
예식장 선택
- 하우스 웨딩 or 소규모 공간
→ 대형 연회장보다 폐기물이 적고, 꾸밈도 단순 - 자연광이 잘 드는 공간을 골라 인공조명과 장식 최소화
웨딩드레스와 예복
- 렌탈 or 중고 드레스 이용
→ 단 하루 입고 폐기되는 드레스를 새로 만들 필요 없음 - 예복은 결혼식 이후에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구매
→ “결혼만을 위한 옷”이라는 개념 탈피
꽃 장식과 소품
- 생화 대신 드라이플라워, 생분해 소재 소품 활용
- 장식은 재사용 가능한 화병, 나무, 천 리본 중심
- 장식 후 다시 기부하거나 집 인테리어로 활용
포인트는 ‘포기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반영한 결혼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2. 식사와 하객 응대 – 가장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순간 줄이기
웨딩의 가장 큰 쓰레기 발생 포인트는 단연 식사와 하객 응대다.
하지만 이 부분에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다.
뷔페 대신 코스요리 + 다회용기
- 뷔페는 잔반과 일회용 접시 발생량이 많음
→ 대신 3코스 정식으로 구성, 음식 낭비 최소화 - 일부 식재료는 로컬푸드 농장과 제휴해 신선도 + 탄소발자국 절감
하객 선물(답례품) 구성 변경
- 흔한 과자, 수저세트 대신
→ 천연 비누, 고체 치약, 씨앗카드 등 제로웨이스트 아이템 준비 - 개별 포장 없이, 재사용 가능한 파우치에 담아 제공
- 원하지 않는 하객은 기부 선택도 가능하게 안내
일회용품 전면 배제
- 음료는 유리컵/텀블러 제공
- 종이컵/플라스틱 빨대는 일절 사용하지 않음
- 손수건과 다회용 수저 세트로 자리 세팅
주변에선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정작 하객들은 “이런 결혼식은 처음”이라며 신선한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3. 결혼식 당일 – 불편함보다 감동이 더 컸던 날
결혼식 당일.
장소는 작은 정원이 있는 하우스 웨딩장이었다.
장식은 최소화되었고,
하객 수는 많지 않았지만 공간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하객의 반응
- “플라스틱이 하나도 없다는 게 신기하고 보기 좋았다.”
- “여기선 축의금보다 지구한테 미안하지 않아서 좋았다.”
- “이런 결혼식이 많아지면 진짜 멋질 것 같다.”
- “선물보다 내가 배운 게 많다.”
나와 배우자의 느낀 점
- 준비는 솔직히 더 오래 걸렸고, 더 많이 생각해야 했다.
-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가치와 방향이 진짜로 담긴 날이었다.
- 드레스를 다시 반납하며, 다 썼는데도 남는 것이 있는 경험을 처음 했다.
- ‘버리는 결혼식’이 아니라 ‘남기는 결혼식’을 한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더하고 꾸미기보다,
무언가를 덜어낸 결혼식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4. 우리가 남긴 건 ‘약속’이었다
결혼식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이 축의금 봉투나 답례품을 챙겨갔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남긴 것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약속’이었다. 우리는 그날을 통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서로에게 말했고, 하객들 앞에서 그 다짐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누군가는 “결혼식을 통해 두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너무 잘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제로웨이스트 웨딩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자는 행사가 아니다.
그건 삶의 방향을 함께 공유하고, 그 가치를 행동으로 드러내는 첫걸음이었다.
그날의 작은 실천이 우리 두 사람의 일상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이름의 습관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아이가 자라 이 사진들을 보게 된다면, “우리 부모는 지구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시작했다”고 기억해주길 소망한다.
✅ 마무리하며: 결혼의 시작을 지구와 함께한다는 의미
제로웨이스트 웨딩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하고,
더 많이 알아보고, 더 자주 질문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결혼식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을 시작할지 보여주는 선언이라는 사실을.
지구와 함께 시작하는 결혼식.
우리 둘만의 가치가 담긴 결혼식.
그건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웨딩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담은 진짜 출발점이었다.
혹시 당신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이 결혼식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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