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판매기에서 제로웨이스트가 가능하다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다 보면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어디서, 어떻게 사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시장에서 천가방에 채소를 담고, 제로웨이스트 상점에서 세제를 소분해 사는 일은 가능하지만, 빠르고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자동화된 제로웨이스트’ 방식은 없을까?라는 갈증은 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서울 시내에 등장한 제로웨이스트 키오스크(무포장 자동판매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 큰 충격이었다.
쓰레기 없이, 내가 준비한 용기로, 기계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니?
지금까지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이 사람과 공간 중심이었다면, 이건 기술과 자동화가 접목된 진짜 '도심형 친환경 소비 실험'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바리바리 싸 들고, 실제 운영 중인 서울의 제로웨이스트 키오스크를 직접 체험하러 다녀왔다.
그 생생한 후기와 함께, 그곳에서 내가 가져간 용기에 직접 담아온 물건들을 자세히 소개하겠다.
🏙️ 제로웨이스트 키오스크, 서울 어디에 있을까?
서울에서 제로웨이스트 키오스크를 운영 중인 대표적인 장소는 현재 성동구청 앞, 서울숲 근처 공유오피스, 그리고 최근에는 관악구 친환경마을센터에도 시범적으로 설치되었다.
나는 이 중 가장 이용 후기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성수동 서울숲 인근의 '리필24 키오스크'를 방문했다.
외관은 일반 음료 자판기와 비슷했지만,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고체 치약, 세제, 곡물류, 고추장, 식용유, 립밤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정렬돼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가 직접 빈 용기를 아래 투입구에 올려놓고, 원하는 제품을 '그램 단위로 자동 분출'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주변 안내판에는 “용기 지참 필수”, “에코포인트 적립 가능”, “무인 운영 24시간 가능”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술 기반 제로웨이스트 소비의 실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 동시에 “이거 진짜 되는 거 맞아?” 하는 약간의 의심도 들었다.
🧴 내가 가져간 용기로 실제로 구매해본 제품들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유리병 3개, 밀폐 플라스틱 용기 2개, 천 파우치 1개를 준비했다.
그날 내가 선택한 품목은 총 5가지였고, 각각의 구매 과정과 느낌을 아래에 정리해본다.
1. 주방 세제 – 유리병에 리필 (100ml)
세제는 가장 사용량이 많고, 플라스틱 용기를 자주 버리는 품목 중 하나다.
유리병을 투입구에 올려놓고, 터치스크린에서 ‘주방 세제’ 선택 후 원하는 용량(100ml)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계량 후 리필이 시작된다.
단 10초 만에 리필이 완료되었고, 가격은 100ml에 1,200원으로 생각보다 저렴했다.
2. 고체 치약 – 천 파우치에 10개 담기
고체 치약은 작은 사탕처럼 생긴 정제형 제품이다.
버튼을 누르면 1알씩 아래 구멍에서 톡톡 떨어지고, 손수건 형태의 천 파우치로 직접 받았다.
이런 플라스틱 튜브 없는 치약 형태는 처음이었고, 여행용으로도 유용하겠다 싶었다. 가격은 10알에 900원.
3. 렌틸콩 – 밀폐 플라스틱 용기에 소분 (200g)
식재료도 꽤 다양했는데, 곡물류 중 렌틸콩을 선택했다.
용기를 올려두고 터치하면 자동으로 분출되는데, 계량 정확도도 높고, 중간에 정지 기능도 있어 조절이 쉬웠다.
렌틸콩 200g에 1,800원. 유기농 제품 기준으로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4. 식용유 – 유리병 리필 (250ml)
일반 마트에서 소분해 파는 식용유는 찾기 어려운데, 여기선 가능했다.
식용유는 기름이라 기계 고장이 걱정되었지만, 출구에 특수 코팅이 되어 있고 자동 캡 씰링 기능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건 정말 기술력에 감탄했다. 가격은 250ml에 2,900원.
5. 천연립밤 – 작은 통에 담기
마지막으로 립밤을 선택했다. 고체 상태의 천연 립밤을 원하는 양만큼 눌러 담을 수 있었고,
기존에 쓰던 립밤 공병을 재활용해 사용했다. 가격은 1개 분량 1,500원.
📦 장점과 단점 – 무인 키오스크의 실제 효율성
장점
- ✅ 24시간 무인 운영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다.
- ✅ 필요한 만큼만 구매 가능 → 낭비가 없다.
- ✅ 포장재 ZERO → 플라스틱·비닐 쓰레기 발생 없음
- ✅ QR로 적립 가능한 에코포인트 시스템
- ✅ 가격이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품질도 괜찮음
단점
- ❌ 내가 원하는 용량만큼 정확히 담기 어려운 경우 있음
- ❌ 일부 제품은 내용물이 눌러붙어 잘 나오지 않음
- ❌ 기기 수가 아직 적고, 접근성이 지역별로 제한적임
- ❌ 용기 위생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커짐
키오스크에서 무언가를 담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곧 “저 사람 뭐 하는 거지?”에서 “저게 요즘 말하는 친환경 소비인가?”라는 시선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마무리하며 – 기술이 만든 새로운 제로웨이스트 방식
제로웨이스트 키오스크는 아직 초창기다.
기계가 많지도 않고, 물류와 시스템이 완벽히 자리 잡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체험해본 결과, 이건 분명히 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다.
무포장 소비가 사람과 장소를 넘어, 기술 기반의 일상형 소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마트 대신 5분 만에 들러 필요한 것만 쏙쏙 담아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만약 당신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불편할까 봐 걱정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키오스크 방문을 제로웨이스트 첫걸음으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쓰레기 없이 필요한 만큼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 없이 돌아오는 그 경험은
분명, 단순한 장보기를 넘어서는 ‘가치 있는 선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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