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을 본다는 건 곧 쓰레기를 만든다는 뜻이었다
장보기가 이렇게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그동안 장보기를 하면 마트에 가서 포장된 제품을 집어 들고, 계산을 하고, 비닐봉지에 담아오는 것이 당연했다. 신선하고 보기 좋게 포장된 채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고기, 한 번 쓰고 버리는 아이스팩까지.
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면서 그런 당연함에 의문이 생겼다.
장을 본다는 건 곧 쓰레기를 만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텀블러나 장바구니 정도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쓰레기 없는 장보기’를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과연 포장 없이, 일회용 없이, 편의성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장을 볼 수 있을까?
이 글은 내가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직접 실천한 7일 간의 도전기다. 마트를 대체할 수 있는 장소, 다회용 포장을 허용해주는 상점,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시행착오와 작지만 확실한 변화까지.
당신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이 좋은 힌트가 될 것이다.
🧺 1일차: 마트 대신 ‘로컬 재래시장’으로 향하다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선택을 바꾼 곳은 ‘장소’였다.
대형마트는 편리하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트레이, 비닐랩, 스티로폼 포장이 기본이다. 아무리 내가 용기를 들고 가도 직원이 불편해하고, 매장 구조상 다회용 포장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첫날 나는 집 근처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망사 파우치, 유리병, 유리 밀폐용기, 천가방 등 내가 준비한 도구는 총 7가지였다. 이걸 가득 안고 시장으로 갔는데, 예상보다 훨씬 ‘가능성 있는 장보기’가 펼쳐졌다.
시장 상인 대부분은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걸 반기지는 않았지만 거부하지도 않았다.
채소는 봉지 없이 파우치에, 두부는 유리통에, 고기와 생선은 밀폐용기에 담아왔다. “이거 신기하네”, “나도 이거 써볼까”라고 하며 이야기 나누는 분도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 간의 대화와 소통이 필요한 장보기였지만, 그만큼 더 의미 있고 따뜻한 경험이었다.
🥬 3일차: 포장 없는 매장과 제로웨이스트 숍 탐방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유기농 제품이나 특수 식재료(견과류, 곡물류, 건조식품 등)는 여전히 플라스틱 포장이 붙어 나왔다.
그래서 나는 서울 시내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곳이 연남동의 ‘알맹상점’, 성수의 ‘더피커’, 그리고 온라인 주문이 가능한 ‘지구샵’ 등이 있었다.
이 매장들은 ‘벌크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무포장 판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유리병을 가져가면 그 안에 견과류를 필요한 만큼 담아주는 방식이다.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다소 비싸지만, 품질이나 신선도, 그리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뿌듯함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매장에서의 장보기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불편함’이라는 단어보다 ‘책임감’이라는 감정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 5일차: 제로웨이스트 베이커리와 카페, 일상 속 연결
일반 슈퍼에서는 빵과 간식을 사는 것도 어려웠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 개별 포장까지. 간편식품은 ‘쓰레기 제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5일차에는 제로웨이스트 베이커리를 찾았다. 용기를 들고 가서 빵을 담아 올 수 있는 곳을 미리 검색해서 방문했다.
서울에서는 ‘오드비건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 같은 매장이 있었고, 대부분 텀블러/다회용기 이용 시 소소한 할인이나 리워드 제도도 운영 중이었다.
직원에게 먼저 "용기 지참했어요"라고 말하면 대부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커피는 텀블러에 담고, 빵은 집에서 가져간 천 보자기에 담아 왔다.
그렇게 하니까 쓰레기 없이도 여유롭고, 포장 비용이 빠진 만큼 실제로 경제적 소비도 가능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제로웨이스트가 단순히 환경 보호뿐 아니라 일상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걸 체감했다.
🧾 7일차: 쓰레기 총량 확인과 장보기 비용 분석
제로웨이스트 장보기 도전 마지막 날, 나는 일주일 동안의 쓰레기 배출량을 정리해보았다.
평소라면 비닐봉투 12장, 플라스틱 용기 5개 이상, 스티로폼 트레이 7개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엔 비닐봉투 사용이 1장으로 줄었고, 플라스틱은 거의 배출되지 않았다.
물론 처음 준비물 구입(망사 파우치, 유리병 등)에는 일정 비용이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포장 비용, 일회용 사용량, 배달비 등이 줄어들어 생활비 절약에도 도움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무엇을 사는지’, ‘왜 사는지’를 훨씬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건을 사는 것’에서 ‘가치를 고르는 것’으로의 변화.
이것이 제로웨이스트 장보기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 마무리하며: 마트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장보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불편함은 분명 있었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내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그 깨달음은 다시 ‘가치 있는 소비’를 실천하는 동력이 되었다.
마트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
로컬 시장, 무포장 상점, 소규모 친환경 매장, 제로웨이스트 베이커리와 카페까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로서 더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이 당신의 장바구니에도 작은 변화를 일으키길 바란다.
비닐 대신 천가방, 트레이 대신 유리병, 일회용 대신 다회용.
쓰레기가 없는 장보기는, 결국 내가 나를 더 아끼는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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