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아닌 ‘기록’만 남는 이사를 꿈꾸며
이사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물건이 움직이는 일이다.
한 가정의 모든 짐을 옮기다 보면 비닐, 테이프, 스티로폼, 종이박스 등 수많은 일회용 포장재가 쏟아져 나온다.
일반적인 이사 한 번에 사용되는 포장재는 평균 50~80kg 이상이며,
그 중 대부분은 재활용이 어렵거나, 소각 혹은 매립된다.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지 3년째 되던 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하면 이번 이사를 통해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방식은 일회용 포장재를 최대한 쓰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이사였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이사를 계획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원칙,
박스 대신 쓸 수 있는 대체재,
이사 업체 선택 요령,
포장재 없이도 안전하게 짐을 싸는 방법,
실천 중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과 해법까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팁을 정리해보았다.
1. 이사 계획부터 다르게 짜야 한다
일반 이사처럼 무작정 짐을 싸기 시작하면,
포장재 줄이기는커녕 더 많은 자원 낭비를 하게 된다.
제로웨이스트 이사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방향이 다르다.
체크리스트: 제로웨이스트 이사 사전 준비
- 먼저 짐의 총량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물건 정리부터 시작
- 기존에 보유한 에코백, 여행용 캐리어, 수납함, 바구니 활용 계획 세우기
- 지인이나 커뮤니티에서 중고 플라스틱 박스나 리유즈 박스 대여
- 신문지, 천조각, 수건 등 완충재로 사용할 소재 미리 준비
- 이사 업체에 일회용 포장재 최소화 요청 및 사전 협의
내가 실제 이사를 계획했을 때는,
짐 정리를 시작하기 전 먼저 ‘이사 당일 사용하는 쓰레기 개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짐을 나눌지 계획표를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30% 이상 쓰레기 발생을 줄일 수 있었다.
2. 포장재 대신 쓸 수 있는 대체 아이템들
이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포장재는 비닐랩, 에어캡(뽁뽁이), 테이프, 종이박스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미리 확보하면, 훨씬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다.
추천 대체 아이템 목록:
- 옷, 수건, 침구: 깨지기 쉬운 식기류나 유리 제품 포장에 활용
- 재사용 가능한 수납함: 잡동사니 정리 후 그대로 수납 가능
- 신문지, 종이완충재: 완충용으로 충분히 효과 있음
- 줄넘기, 천 끈: 테이프 대신 박스나 가방 고정
- 이삿짐 캐리어: 책, 옷, 잡화를 한꺼번에 담기 좋음
예를 들어 나는 주방 유리잔을 포장할 때
두꺼운 면 티셔츠와 겨울 스웨터를 말아 감싸는 방식으로 대체했고,
에어캡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파손 없이 이사할 수 있었다.
3. 제로웨이스트 친화적인 이사업체 선택 요령
일반 이사업체는 작업 속도와 효율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대부분 포장재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일회용을 선호한다.
그러나 요즘은 친환경 이사를 지원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사 업체 선택 시 체크할 사항:
- 고객 요청 시 플라스틱 박스 대여 가능 여부
- 비닐 및 뽁뽁이 대신 천 완충재나 보자기 사용 가능 여부
- 포장재 회수 서비스 여부 (재사용 목적)
- 다회용 커버, 가구용 천 덮개 구비 여부
나는 '리유즈 이사'라는 업체를 선택했고,
다회용 플라스틱 박스, 천 커버, 다회용 버클 끈을 제공받아 거의 쓰레기 없이 이사를 마무리했다.
물론 비용은 일반 이사보다 약간 높았지만,
포장재 폐기 비용과 환경 부담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
4. 이사 후 정리까지 이어지는 실천
이사는 당일만 중요한 게 아니다.
짐을 풀고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쓰레기 발생이 빈번하다.
이사 후 제로웨이스트 정리 팁:
- 포장에 사용했던 옷, 수건 등은 즉시 세탁해 원래 자리에
- 중고 상자, 박스는 지역 커뮤니티 앱에 공유 or 무료 나눔
- 남은 종이완충재는 다시 모아 보관 (다음 이사 or 택배용)
- 버릴 물건은 먼저 기부/나눔 커뮤니티에 등록한 후 폐기
특히 이사 직후에는 “정리만 끝나면 되지”라는 마음에
불필요한 물건을 쉽게 버리거나 급하게 정리하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기본 원칙인
“남기지 않는 삶”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5. 감정의 정리까지 함께하는 제로웨이스트 이사
이사라는 과정은 단지 짐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많은 감정이 오가는 사건이기도 하다.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치기 쉽다. 그런데 제로웨이스트 방식으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놀랍게도 ‘짐을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곧 마음의 정리로도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쌓아두기만 했던 물건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며 ‘이건 정말 내가 쓰는 물건일까?’, ‘이걸 다음 집에까지 가져갈 이유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버릴 것이 아닌 의미 없는 소유를 내려놓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무거움’이 아니라 ‘가벼움’이었다. 물건이 줄자 이사 자체가 수월해졌고, 그에 따라 스트레스도 훨씬 덜했다. 결과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이사는 환경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마무리하며: 이사도 '선택'의 결과다
이사는 물리적인 이동이지만, 사실은 삶의 방식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절호의 기회다.
그 안에 쓰레기를 덜 남기고, 더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긴다면
이사는 단순한 수고를 넘어, 가치 있는 실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이사를 완벽하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단 하나의 포장재라도 덜 쓰고,
한 가지 물건이라도 다시 사용하고자 노력한다면
그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당신의 다음 이사는,
단순히 주소만 바꾸는 이사가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함께 옮겨가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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