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웨이스트는 ‘쉬운 실천’이 아니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말 그대로라면 ‘쓰레기 없는 삶’을 뜻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단순한 의미 이상의 철학과 태도가 담겨 있다.
환경을 위한 책임감, 소비에 대한 자각, 생활 방식의 변화, 그리고 주변과의 관계 재설정까지.
나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할 각오를 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작았다.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가고, 장바구니를 챙기고, 포장 없이 살 수 있는 물건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실천의 벽은 점점 더 분명해졌다.
처음엔 쉽다고 생각했던 변화들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고, 때론 주변과의 충돌도 있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 중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한다.
지금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실천 중 잠시 흔들리고 있다면
이 글이 ‘그건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 1. 무포장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마주친 장벽은 바로 ‘구매 자체의 어려움’이었다.
평소 쓰던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의 식재료가 플라스틱 포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생선, 고기, 과자, 채소까지 포장 없는 제품을 찾는 건 말 그대로 숨은그림찾기 수준이었다.
무포장 장보기를 실천해보려고 재래시장에도 가보고, 제로웨이스트 리필숍도 찾아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지속하기 어려웠다.
- 내가 사는 지역에는 무포장 마켓이 없거나, 가려면 한 시간 이상 걸려야 했다.
- 품목이 한정적이라 결국 나머지는 마트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 가격이 비싸거나, 리필할 수 있는 제품이 소수였다.
결국 '완전한 무포장 실천은 서울 중심부에 사는 일부 사람들만의 특권’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불편함을 ‘대체 가능한 범위에서의 실천’으로 바꾸었다.
유리병에 두부를 담아오고, 가장 자주 쓰는 세제만 리필로 바꾸는 것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나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었다.
☕ 2. 사회적 시선과 말 못 할 민망함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마주한 두 번째 어려움은 타인의 시선과 반응이었다.
텀블러를 내밀었을 때, 직원이 “이거는 계산 안 되는데요”라고 당황하거나,
배달 앱에서 일회용 수저 거절을 체크한 뒤에도 여전히 플라스틱이 가득 오는 걸 볼 때,
나는 무력감과 함께 민망함을 느꼈다.
특히 시장이나 전통적인 가게에서는
“이거 담을 봉투는 안 가져오셨어요?”,
“비닐 안 쓰면 불편한데, 괜찮으시겠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순간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번거로운 손님’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굳이 이런 실천을 하는 내가 문제인가?’ 하는 자책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조용히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보여주는 것이었다.
매번 용기를 꺼내며 “이거 좀 부탁드려요”라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한 번이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받으면 그 경험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당연하지 않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내가 하기로 한 것이다.
🍱 3. 외식과 모임에서 오는 갈등과 절충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 훨씬 더 어려워진다.
친구들과의 외식, 가족 모임, 회사 회식 등에서
일회용 식기, 과대포장, 배달용 플라스틱 등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 친구들이 시킨 배달음식은 항상 비닐과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가득했고
- 카페에서는 종이컵이 기본 제공됐고
- 음식 남김 없이 먹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과하게 주문해서 결국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그 자리에 함께하면서도 늘 혼자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내적 갈등을 느꼈다.
그렇다고 자리에서 일일이 문제 제기를 하자니 모임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이 분명했고,
조용히 참자니 내가 실천하려는 가치에 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절충’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혼자 있을 때는 철저하게 실천하되, 타인과 있을 때는 강요하지 않는 것.
대신 내가 준비한 텀블러나 용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고, 배달음식도 소량만 시켜 남기지 않도록 권유하는 정도.
‘지속 가능한 실천은 타인과의 조화 속에서 가능하다’는 걸 몸소 배운 순간이었다.
🧠 4. 끝없는 자기 검열 – ‘나는 진짜 잘하고 있는 걸까?’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마지막 장벽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 있었다.
실천을 하면 할수록, 나 자신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 “오늘 커피 한 잔을 종이컵에 마신 나, 이거 실천 맞나?”
- “이 정도 쓰레기면 괜찮다고 생각해도 될까?”
- “내가 만든 변화가 진짜 지구에 도움이 될까?”
이러한 지나친 자기검열은 때로는 피로와 자책으로 이어졌다.
마치 채점 없는 시험을 매일 치르는 기분이었다.
아무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기준도 없으니 스스로를 계속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작은 실천도 의미 있다’는 원칙으로 나를 다시 세웠다.
모든 걸 바꾸지 못하더라도, 내가 하나라도 바꿨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이미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걸 믿기로 했다.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실천자가 되기로 마음먹으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마무리하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분명히 쉽지 않다.
불편함, 시선, 갈등, 그리고 자기검열까지.
실천의 길 위에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오늘도 텀블러를 챙기고, 용기를 들고 시장을 간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환경을 위한 실천은 완벽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임을.
그리고 나의 이 작은 실천이,
어쩌면 누군가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괜찮다.
포기하지 않는 한,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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