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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실천 중 만난 현실의 장벽

🌱 쓰레기를 줄이는 삶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말만 들으면 굉장히 멋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지혜로운 삶의 방식처럼 들린다.
SNS에서 다회용 텀블러, 장바구니, 고체 샴푸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하지만 막상 그 삶을 직접 살아보면, 처음 느끼는 건 감동이 아니라 현실적인 벽이었다.

나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지 이제 6개월이 조금 넘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라스틱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배달음식을 줄이고, 무포장 매장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따르는 수많은 현실적 장벽들을 경험했다.
누군가는 이 장벽들 때문에 금방 포기하고, 누군가는 그 장벽을 넘으면서 더 단단한 실천자가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마주했던 제로웨이스트 실천 중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 극복 과정을 솔직하게 나누고자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벽을 함께 이해하고 나면,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도 생길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 현실의 장벽

 

🧊 1. 가장 먼저 부딪힌 장벽 – 편리함을 내려놓는 일

제로웨이스트의 첫 번째 장벽은 단연 ‘불편함’이다.
기존 소비 습관이 얼마나 편했는지를, 실천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절실히 느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그렇다.
텀블러를 깜빡하면 커피를 포기해야 하거나, 일회용컵을 사용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마트에서는 포장이 없는 제품을 찾느라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고,
배달음식을 시키고 싶은 날에도 포장 쓰레기 때문에 망설이다 결국 요리를 하게 된다.

이러한 불편함은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너무 피곤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문과 마주하게 된다.
편리함과 환경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그 순간순간이 곧 장벽이 되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편한 게 당연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하자, 실천을 지속할 수 있었다.
‘매번 완벽하게’가 아니라, ‘오늘은 텀블러 챙겼으니 잘한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 중요했다.

 

🛍️ 2. 장보기의 현실 – 무포장 제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두 번째로 마주한 벽은 ‘무포장 제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영역은 식재료 장보기인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았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는 포장 없는 상품이 거의 없다.
두부 하나, 고기 한 팩, 과자 한 봉지까지 모두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감싸져 있다.
그럼 무포장 상점이나 재래시장으로 가보자고 마음먹지만, 시간과 거리, 접근성의 문제가 또 한 번 벽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무포장 마켓이나 제로웨이스트 상점은

  • 지역별로 분포가 적고
  • 영업시간이 한정적이며
  • 가격이 비싸거나 품목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제로웨이스트는 서울에 사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나는 이 장벽을 ‘부분 실천’으로 극복했다.
무포장 제품만 고집하지 않고, 가장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품목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두부는 유리 용기에 담아 시장에서 사고, 견과류는 리필숍을 이용하며, 가공식품은 될 수 있으면 포장재가 적은 걸로 고른다.
모든 걸 무포장으로 사지 않아도, 일부 실천만으로도 충분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 3. 사회적 시선과 시스템의 한계 – 혼자만 실천하는 기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사회적 시선과 시스템의 부족함도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내가 리필 용기를 들고 가면 직원이 당황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기도 했다.
일회용 수저를 거절하면 “왜요?”라고 묻고, 텀블러를 꺼내면 “그건 계산이 안 돼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너무 유별나게 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조차도 “그거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때때로 고립감을 만든다.

그리고 제도적인 장벽도 분명히 존재한다.

  • 무포장 장보기는 세제 리필, 음식 리필 등 위생법 기준에 부딪히기도 하고
  • 일부 매장은 고객의 용기 사용을 거부하기도 한다.
  • 정부나 지자체의 인프라, 정책도 여전히 미비하다.

이 장벽을 넘기 위해 나는 공감대를 찾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꿨다.
모든 사람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비슷한 실천을 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찾았다.
제로웨이스트 카페, SNS 커뮤니티, 오프라인 워크숍 등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지속적인 실천의 원동력이 되었다.

 

🧠 4. 완벽주의와 자기 검열 – “이렇게 해도 소용 없는 건 아닐까?”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마지막 장벽은 내 마음 안에 있었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실천은 계속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는 이 실천이 과연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 혼자 텀블러 들고 다닌다고 해서 바다가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고,
비닐 하나 덜 썼다고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완벽주의와 자기검열에 빠지게 된다.
실수 한 번에도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고, “나는 환경운동가도 아닌데 왜 이러지?” 하는 피로감이 쌓인다.

나는 이 장벽 앞에서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는 없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환경은 물론 중요하지만, 나 자신도 지켜야 지속 가능한 실천이 가능하다.
가끔은 텀블러를 잊어도 괜찮고, 때로는 포장된 제품을 사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작은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는 의지다.

 

✅ 마무리하며: 장벽은 실천의 끝이 아니라 성찰의 시작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다 보면 누구나 장벽을 마주한다.
불편함, 공급의 한계, 사회적 시선, 제도적 미비, 자기 검열까지.
하지만 그 장벽을 하나씩 넘다 보면 알게 된다.
그 벽은 우리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꾸고 성찰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려 하거나,
혹은 실천 중 좌절하고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말자.

당신의 작은 실천은 언젠가,
누군가에겐 용기가 되고,
세상에겐 변화의 불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