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브이로그 따라 해보기 – 실천자가 본 리얼 후기
영상으로 본 제로웨이스트, 진짜 따라 하면 어떨까?
최근 유튜브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보여주는 브이로그 콘텐츠가 빠르게 늘고 있다.
화장지 없이 사는 사람, 포장재 없이 장보는 가족, 천연세제로 청소하는 1인 가구까지…
그들의 삶은 마치 하나의 미니멀하고 자연 친화적인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진다.
브이로그를 보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영상 속 깔끔한 장면과 현실의 내 삶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괴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직접 한 번 하루 동안 브이로그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따라 해보았다.
기록을 통해 알게 된 현실적인 어려움, 예상 밖의 장점, 그리고 진짜 변화까지.
이 글에서는 영상에서 본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현실에서 해본 리얼 후기를 공유하려 한다.
1. 무포장 장보기 도전 – 재래시장에서 시작된 현실 감각
내가 따라한 브이로그의 첫 번째 장면은,
천 가방과 유리 용기를 들고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이었다.
영상에서는 상인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용기에 콩나물과 고기를 받아 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아침 일찍 장바구니에 면 주머니, 밀폐용기, 병 3개를 챙겨 재래시장에 갔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당황스러웠다.
고기 코너에서는 “이건 생고기라 용기 안에 못 담아요”라는 말을 들었고,
어묵 가게에서는 비닐 없이 담아줄 수는 있지만 “흘릴 수 있으니 봉투를 쓰자”는 권유도 받았다.
물론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상인도 있었고,
콩나물이나 시금치는 면 주머니에 잘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느낀 건, 제로웨이스트는 내 준비보다 상인의 수용도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나는 일부는 포장을 피했고, 일부는 어쩔 수 없이 기존 방식으로 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을 보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뜻밖에 따뜻했고,
음식 하나하나가 더 가치 있게 느껴졌던 건 분명했다.
2. 욕실과 주방 – 천연세제와 고체비누의 낯선 감각
브이로그에서는 주방세제와 세탁세제를 모두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든 제품으로 바꾸는 장면이 나온다.
고체 샴푸바, 설거지용 고체 비누, 식초와 베이킹소다로 만든 청소제까지.
영상 속 사람은 미소를 머금고 설거지를 하며, 물을 아껴 쓰는 모습까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고체 샴푸바와 친환경 고체 설거지 비누를 구매해 사용해보았다.
첫날엔 고체 비누가 잘 거품이 나지 않아 익숙지 않았고,
세탁물도 향이 나지 않아 뭔가 ‘덜 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베이킹소다를 사용해 욕실을 청소했더니
플라스틱 용기보다 닦이는 느낌이 미묘하게 덜 개운했다.
하지만 며칠 후, 이상하게도 세제를 아끼게 되고, 오히려 물 사용량도 줄어드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비누 하나하나를 손으로 문지르며 쓰는 과정에서
‘내가 지금 뭔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작은 자부심도 느껴졌다.
불편함은 분명 존재했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내 생활에 집중하게 해줬고,
습관을 천천히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
3. 쓰레기 줄이기 미션 – 하루 배출량 확인의 충격
영상 속 제로웨이스트 브이로거는 하루 쓰레기를 유리병 하나에 담는다.
커피찌꺼기, 음식물껍질, 이물질이 낀 비닐 같은 걸 거의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오늘 하루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라는 도전을 하게 됐다.
하루 동안 나는 택배를 받지 않고, 커피는 텀블러에 담아 마시고,
간식도 포장 없는 재래시장에서 사온 군고구마로 대신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갔고, 일회용 물티슈나 종이컵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쓰레기들이 나왔다.
샐러드 속 작은 플라스틱 드레싱 용기,
택배 상자에 붙은 송장,
그리고 습관적으로 뜯은 간식 봉지까지.
하루가 끝났을 때 나는 쓰레기통에 비닐 3개, 작은 플라스틱 뚜껑 1개,
택배 상자 1개를 배출했다.
브이로그 속 사람과 비교하면 한참 멀었지만,
이 작은 실천 하나로 쓰레기를 인식하는 감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 자체가 큰 수확이었다.
4. 실천 이후의 변화 – 소비의 기준이 달라졌다
브이로그를 따라 하루를 살아본 후,
내 일상은 작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장 볼 때는 ‘이 제품 포장 쓰레기 얼마나 나올까?’라는 기준으로 고르게 되었고,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챙겨야 마음이 편해졌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사지 않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었다.
예전에는 세일하거나 한정판이면 무조건 사두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이걸 끝까지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게 되었다.
이건 단순히 물건 하나를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매 순간 결정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비록 영상 속 사람처럼 완벽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현실에서 실천해보니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겼다.
영상보다 덜 아름다웠지만, 훨씬 더 진짜 같았던 하루
브이로그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직접 따라 해 본 그 하루는 조금은 낯설고, 종종 불편했고,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그 불편함 덕분에 나는 ‘생활 속 불필요함’을 정확히 마주할 수 있었고,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짜 나의 소비 습관과 마주하게 됐다.
완벽하게 따라 하지는 못했지만,
그 하루의 경험은 이후 내 일상에 생각보다 큰 여운을 남겼다.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단 하나의 선택부터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브이로그는 그 출발점이었고,
실천은 내가 진짜로 나를 바꿔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