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실천 중 만난 사람들의 반응 모음
제로웨이스트는 ‘혼자 하는 실천’일까?
제로웨이스트를 처음 실천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조용히 나만의 방식으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의 실천은 곧 타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외식할 때, 배달을 거절하고 장바구니를 꺼낼 때,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며 텀블러를 꺼낼 때마다 누군가는 내 행동에 반응했다.
그 반응은 때로는 호기심이었고, 때로는 의아함이었다.
어떤 날은 지지였고, 어떤 날은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기도 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을 마주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실제로 들었던 말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이 오갔는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당신도 누군가의 반응에 흔들리고 있다면, 이 글이 작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1.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 – 무관심 혹은 회의적인 반응
제로웨이스트 실천 초기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걸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 “정부나 기업이 바뀌어야지 개인이 해봐야 무슨 소용이야”였다.
이 말은 실천의 의지를 꺾는 가장 흔한 패턴이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가 플라스틱 물병 대신 텀블러를 꺼냈더니, 동료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다 담는다고 세상이 깨끗해지겠어?”
나는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넘겼다.
그날 집에 돌아와 한참을 고민했다. 나도 가끔은 무기력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말이 상대방의 무지가 아니라 두려움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실천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고, 그 불편함은 변화에 대한 저항감으로 표출되기도 한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2. “너는 참 특별하다” – 존중이지만 거리두는 반응
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익숙해질 무렵,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다.
“대단하다”, “쉽지 않은 일을 하네”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곧 나는 이 반응이 일종의 거리두기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 친구는 나와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내 텀블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넌 워낙 환경에 진심이니까. 나는 그냥 못하겠어. 불편해서.”
그 말은 겉으로는 존중처럼 들렸지만, 실제로는 ‘너는 그런 걸 하니까 특별하고, 나는 아니니까 안 해도 돼’라는 일종의 분리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런 반응은 실천의 확산을 어렵게 만든다.
내가 바라는 건 ‘특별한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천 이야기를 할 때도 무겁지 않게, 유머 섞인 말투로, 일상적인 언어로 공유하려 노력했다.
3. “어? 나도 해볼까?” – 변화를 만들어내는 작은 반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따라 해보겠다는 사람들이었다.
한 번은 직장 동료가 슬며시 내 자리로 와서 물었다.
“그 고체 샴푸 어디서 샀어? 나도 써보고 싶어.”
또 다른 날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내가 천 가방을 꺼내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말했다.
“젊은 사람은 저렇게 하네. 나도 하나 사야겠다.”
이런 순간들은 아무 말 없이 이어온 나의 습관들이 작은 울림이 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나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고, 내가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는 그때 느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말’보다 ‘행동’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습관은 설득보다 설득력이 강하다.
4. 가족의 반응 – 기대 이상이었던 지지와 변화
가족은 나의 실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다 귀찮게 뭘 그렇게까지 하니?”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엄마가 먼저 주방세제를 베이킹소다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아빠는 동네 분리수거장에서 “이건 잘 씻어서 버려야지”라며 나보다 더 철저해졌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조카였다.
어느 날 내가 도시락을 싸주며 대나무 수저를 줬더니, 조카는 그걸 학교에 가져가 자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 몇 명이 같은 수저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실천의 확산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는 걸 실감했다.
가족이 나를 이해하고 함께 실천해줄 때, 제일 깊고 따뜻한 연대감이 생긴다.
그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기도 했다.
5. 사회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변한다는 믿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느낀 또 하나의 사실은, 작은 실천들이 사회 전체의 인식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관심을 갖고, 어떤 이들은 오히려 새로운 정보를 공유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 복지팀에서 종이컵을 줄이자는 제안을 내놨을 때 동료들이 “네가 하던 거잖아?”라며 웃으며 나를 바라본 적이 있다. 처음엔 개인의 행동이었지만, 반복되고 일관성 있게 이어지면 결국 집단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그때 얻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기적인 변화보다, 긴 호흡으로 사회의 감각을 바꾸는 일이다. 지금 내 행동은 작지만, 언젠가 더 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변화의 씨앗일 수 있다.
마무리하며: 반응은 다 달라도, 실천은 계속된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중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다양하다.
그 반응 속에서 나는 흔들리기도 하고, 고무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반응은 결국 내가 계속 실천할 이유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조롱한다.
어떤 사람은 지켜본다.
어떤 사람은 따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함께 바꿔간다.
모든 반응이 나의 실천을 의미 있게 만들었고,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당신도 누군가의 반응에 흔들린다면, 그건 당신이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다.
그것만으로도 실천은 충분히 가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