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리필샵 창업 준비기 – 비용, 허가, 성공 포인트

Storyboxnews 2025. 7. 22. 11:00

🌱 리필샵,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플라스틱 쓰레기로 넘쳐나는 시대, 많은 이들이 '소비' 그 자체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일상과 경제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해야 하는 지속가능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 리필샵이 있다.
플라스틱 포장 없이,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만큼의 제품을 담는 방식은
소비자에게는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의 기회를 주고,
운영자에게는 반복적인 고객 확보와 높은 고객 충성도를 제공한다.

나 역시 몇 년간의 제로웨이스트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2024년 하반기 서울 도심에서 10평 남짓한 리필샵 창업을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인사이트를 이 글에 담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리필샵 창업에 필요한 예상 비용
반드시 체크해야 할 인허가 사항
입지 선정과 제품 구성 전략
실패하지 않기 위한 마케팅 및 운영 포인트까지
실질적인 정보만 정리해드릴 테니, 창업을 고민 중이라면 끝까지 읽어보길 추천한다.

 

제로웨이스트 리필샵 창업

 

1. 창업 예상 비용 – 소자본으로 가능한가?

많은 이들이 리필샵은 큰 자본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제품 재고, 진열 기기, 위생 설비 등에서 초기 투자금이 들어간다.
나의 경우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0평 기준, 수도권):


항목 예상 비용(원)
임대보증금 (1년) 10,000,000
인테리어 (친환경 소재 중심) 8,000,000
비품 및 용기 디스펜서 3,500,000
초도 물품 구입비 5,000,000
POS 및 카드단말기 1,200,000
간판, 현수막 1,000,000
기타 홍보 및 세금 2,000,000
합계 30,700,000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긴 하지만, 제품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최소 2,500만 원 이상은 필요하다.
특히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디스펜서나 유리 저장용기를 사용할 경우,
일반 매장보다 비품 단가가 더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 인허가 절차 – 위생업종 취급 주의

리필샵이 다루는 제품군은 다양하다.
비누, 세제, 샴푸 같은 생활용품뿐 아니라
소금, 곡류, 설탕, 견과류 같은 식품류도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식품을 취급할 경우 ‘식품접객업 또는 식품소분업’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서울 기준으로 식약처 및 구청 위생과에 신청하면 되며,
위생관리 시설 요건(세면대, 온수기, 위생복 등)도 확인해야 한다.

허가 필수 사항 정리:

  • 식품 취급 시: 영업신고, 위생교육 이수, 소분기록 장부 유지
  • 비식품(세제, 샴푸 등): 화학제품으로 분류될 경우 환경부 등록이 필요 없음
  • 공통: POS기기 등록, 간이과세 여부 판단, 상표 등록 고려

팁: 관할 구청 담당자와 사전 면담을 통해
내가 취급하는 제품이 어떤 법적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핵심이다.

 

3. 입지 선정과 제품 구성 – 성공을 가르는 핵심

제로웨이스트 리필샵의 성공은 입지와 타겟에 달려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로변보다, 의식 있는 소비층이 거주하는 주거 밀집지나 공동체 중심 지역이 더 효과적이다.
나의 매장은 한적한 주택가 인근 소규모 마을책방 옆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의식 있는 부모, 30대 여성, 지역 활동가들이 꾸준한 고객이 되었다.

제품 구성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 초기에는 꼭 필요한 10가지 품목만: 세제, 샴푸, 바디워시, 쌀, 설탕, 소금, 베이킹소다, 식초, 고체 치약, 천연 수세미
  • 포장재 없이도 판매 가능한 형태: 스푼 제공, 무게 측정 후 고객 용기에 리필
  • 직거래 제품과 지역 생산물 활용: 동네 제과점의 무포장 쿠키, 지역농 산지 쌀 판매 등으로 스토리텔링 강화

제로웨이스트 제품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이 제품을 왜 쓰는가’에 대한 동기 부여다.
따라서 매장 내 정보 안내판, 리필 가이드, 제품 스토리 제공은 꼭 필요하다.

 

4. 마케팅과 고객 유지 전략 – 지역 커뮤니티가 답이다

대기업 광고처럼 많은 예산을 쓸 수 없다면,
매장의 존재 이유와 실천 가치를 사람들과 연결해야 한다.
내가 사용한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오프라인 기반:

  • 매월 ‘제로웨이스트 초보자 클래스’ 운영 (무료 또는 재사용 용기 1개 기부 시 참여 가능)
  • 매장 앞 “용기 없는 장보기 데이” 현수막 & 인증샷 이벤트
  • 지역 맘카페, 커뮤니티센터와 협업해 공동 구매 진행

온라인 기반:

  • 인스타그램 실천 챌린지 운영 (#내용기는내가챙긴다)
  • 리필 전후 무게 비교 콘텐츠 제작 (재미 + 정보)
  • 인근 상점들과 제휴 → 유리병 수거처, 스탬프 연계

고객은 물건보다 경험을 기억한다.
특히 “내가 이 용기를 들고 왔다는 뿌듯함”을 함께 기념해주는 분위기가 단골을 만든다.

 

✅ 마무리하며: 리필샵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일

제로웨이스트 리필샵은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다.
소비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공간이며,
환경에 대한 개인의 태도를 일상 속에서 확장하는 플랫폼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는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이기 전에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기획자여야 한다.

마진이 크지 않고, 빠른 수익이 어렵더라도
고객이 매장에서 ‘나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가게는 분명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 리필샵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작은 용기를 들고 첫 걸음을 내딛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