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가 어려운 이유는 시스템 때문이다

goodadstory 2025. 7. 9. 17:00

🌱 ‘내가 노력해도 세상은 그대로’라는 좌절감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즉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는 삶.
많은 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며 이 개념에 매력을 느끼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챙기며 일상 속 실천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이 있다.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왜 여전히 쓰레기는 줄지 않는 걸까?"
내가 바꾸려 해도 여전히 제품은 포장돼 있고,
배달은 일회용에 쌓여 오고, 분리수거는 여전히 헷갈린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의지 부족’의 문제로 여긴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로웨이스트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바로 ‘사회적 시스템’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방해하는 구조적 한계와 시스템적 장벽들을 짚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제로웨이스트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가 어려운 이유 - 시스템

 

🛒 1. 소비자가 포장 없는 상품을 고를 수 없는 구조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핵심은 단순하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선택지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소비자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 마트에서 비닐 없이 채소를 사려 해도, 전부 플라스틱 트레이에 랩 포장이 돼 있다.
  • 과자 하나 사려 해도 낱개포장 + 외포장 + 박스포장 3단계
  • 리필 제품조차 플라스틱 파우치 포장으로 되어 있다

즉, 내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하고 싶어도
‘포장 없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무포장 구매는 일부 지역/계층만 가능한 현실

  • 무포장 리필숍은 주로 서울·수도권 중심
  • 시골이나 중소도시에서는 접근 자체가 어렵고
  • 온라인 배송은 대부분 포장을 동반한다

이 구조에서는 제로웨이스트가 ‘특별한 소비자’만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건 개인의 실천의지가 아니라, 유통 시스템과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다.

 

🚮 2. ‘재활용이 안 되는 분리수거’라는 시스템의 모순

제로웨이스트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열심히 분리수거했는데 결국 소각되거나 묻힌다”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도 한국의 분리배출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분리배출 ≠ 재활용

  • 페트병: 라벨 제거 안 하면 재활용 불가
  • 코팅 종이컵, 택배 상자: 테이프, 스티커, 비닐 제거하지 않으면 재활용 거부
  • 유색 플라스틱, 복합재질: 사실상 재활용 어려움 → 일반 소각 처리

즉, 소비자가 완벽하게 세척하고, 분리하고, 규칙을 따라야만 일부만 재활용된다.
이는 개인 책임 과잉의 구조다.
시스템이 쉽고 일관되게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는 결국 포기하게 된다.

 

제조업체는 여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제품’을 만든다

  • 이중 재질의 샴푸 용기
  • 플라스틱 뚜껑 + 알루미늄 캡 + 종이 포장 혼합
  • 재활용 마크가 붙어 있어도 실제 재활용 안 되는 구조

왜?
분리수거는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
기업은 여전히 생산 비용 절감과 제품 보호만을 고려할 뿐,
소비 후 처리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 소비자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내가 열심히 분리해도, 결국 재활용이 안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건 개인의 실천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실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 3. 일회용 중심의 외식·배달 시스템

코로나19 이후 배달과 테이크아웃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산업 구조는 제로웨이스트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배달 1건당 쓰레기 평균 6~8개

  • 플라스틱 용기, 뚜껑, 비닐랩
  • 나무젓가락, 물티슈, 소스 포장
  • 포장 비닐, 종이 봉투

물론 일부 플랫폼에서는 일회용 수저 거절 옵션이나
다회용 그릇 회수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건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파일럿 수준이다.

 

구조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 소비자가 ‘다회용기 요청’을 하려 해도,
    가게가 응하지 않거나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 테이크아웃할 때 텀블러를 내밀면
    “안 돼요”, “위생 문제 있어요”라고 거절당한다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일회용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상,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늘 ‘예외적 선택’이자, 때론 불편한 도전이 된다.

 

🧠 4. 지속가능성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환경운동이 자주 부딪히는 한계가 있다.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면, 결국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제로웨이스트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텀블러를 들고,
누군가는 비누로 샴푸를 대신하고,
누군가는 배달을 끊고 직접 요리를 하지만,

그 실천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결심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도적 지원 없이는 실천도 지속되지 않는다

  • 기업이 재사용 가능한 포장을 의무적으로 설계하게 만들 법
  • 배달 플랫폼이 다회용기 사용을 기본 옵션으로 전환
  • 지자체가 무포장 시장과 리필 스테이션을 적극 지원
  • 학교 교육에서 제로웨이스트 감수성 함양

이런 시스템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제로웨이스트는 ‘소수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본값’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 마무리하며: 이제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때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은 분명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실천을 어렵게 만드는 건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그 실천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묻고 요구해야 한다.

  • 왜 포장 없는 물건은 이렇게 찾기 힘든가?
  • 왜 분리배출은 이렇게 복잡하고 불편한가?
  • 왜 일회용은 이렇게 쉽게, 싸게 유통되는가?

지속가능한 삶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기업, 제도, 교육 모두가 함께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제로웨이스트를 ‘가능한 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의지’가 아니라,
더 나은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