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든 쓰레기의 양, 진짜로 마주해보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은 참 멋지게 들렸다.
지구를 생각하며, 쓰레기를 줄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겠다는 다짐은
언제나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한 번도 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숫자”나 “용량”으로 확인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SNS에서 우연히 ‘일주일에 단 1리터의 쓰레기만 만들기’라는 챌린지를 보게 되었다.
재미 반, 각성 반으로 시작한 이 도전은
내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보여준 경험이었다.
이 글은 내가 일주일간 오직 1리터짜리 유리병 하나만을 쓰레기통으로 삼아 살았던 도전기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시간이었다.
1일차~2일차: 계획과 현실의 간극, 그리고 첫 번째 좌절
도전의 첫날, 나는 1리터짜리 병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 병 안에 들어가지 않는 모든 쓰레기는 내게 “실패”를 의미했다.
그래서 장을 보러 나갈 때도, 카페에 갈 때도, 외출할 때도
내 손엔 장바구니와 텀블러, 다회용 수저가 들려 있었다.
식료품 선택부터 난관 시작
마트에 갔을 때,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무포장 식재료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계란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있고, 두부는 비닐에 싸여 있었다.
바나나조차도 랩에 감겨 있었고, 빵은 종이봉투와 플라스틱 창이 함께 붙어 있었다.
결국 나는 동네에 있는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를 찾아갔다.
거기에서 겨우 포장 없는 채소 몇 가지를 구입하고,
두부는 유리용기에 담아줄 수 있는 작은 가게에서 사야 했다.
첫 번째 쓰레기: 영수증
계산을 마친 후, 영수증이 자동으로 출력됐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이미 인쇄된 그것은 1리터 병 안에 넣어야 할 ‘첫 번째 쓰레기’가 되었다.
작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무게감은 꽤 컸다.
3일차~5일차: 음식, 외출, 인간관계에서 마주친 ‘쓰레기’
3일차부터는 본격적인 실천이 시작되었다.
장보기를 끝낸 나는 가능한 한 집에서 요리해서 먹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예상보다 더 많았다.
배달 음식의 유혹
퇴근이 늦은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요리를 할 수 없었다.
잠깐 고민 끝에 배달 앱을 켜고는,
그 순간 앱 화면을 보며 다시 다짐했다.
“아니야, 오늘은 김밥집에서 다회용기 들고 포장하자.”
김밥집에 다회용기를 들고 갔더니
다행히 흔쾌히 담아 주셨다.
그러나 깍두기는 일회용 비닐에 따로 포장해주었고,
그 조그만 비닐도 결국 병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지인들과의 약속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내가 텀블러를 가져갔고, 플라스틱 빨대도 거절했지만
케이크는 개별 플라스틱 포장, 포크도 플라스틱이었다.
모두가 나를 배려해준다고 했지만,
일상적인 소비 구조 안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건
‘나 하나로는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6일차~7일차: 남은 용량과 실천의 의미 되새기기
6일째 되는 날, 유리병 안은 이미 절반 이상 차 있었다.
대부분은 작은 포장재, 포크, 커피 필터, 라벨지 조각들이었다.
어떤 건 정말 어쩔 수 없었다.
택배로 받은 책에 붙은 투명 비닐 라벨 같은 것 말이다.
대안 찾기
나는 남은 이틀 동안 ‘쓰레기를 줄이는’ 게 아니라 ‘대안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 카페에 가기 전 텀블러와 수저, 손수건을 챙기는 루틴 만들기
- 남은 야채로 볶음밥/볶음국수 레시피를 만들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 화장실용 티슈 대신 면 손수건 사용하기
- 설거지용 스펀지 대신 천연 수세미 사용 시작
물론 여전히 완벽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줄이려는 의식’이 나를 바꾸고 있었다.
도전 결과: 총 쓰레기량 약 850ml, 실패일까 성공일까?
일주일이 끝났을 때, 내 1리터 병은 약 85% 정도 찬 상태였다.
‘완벽한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나는 단 1리터의 용량 안에 내가 만든 쓰레기를 모두 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변화의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배운 것들
- 제로웨이스트는 ‘포기’가 아니라 ‘다른 선택’이다.
- 나 혼자 바꾸긴 어렵지만, 내가 먼저 움직이면 주변도 반응한다.
- 무조건적인 거절보다, 더 나은 대안을 준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삶을 가볍게 만들고,
소비를 재정비하게 해준다.
도전 이후, 일상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 도전을 마친 후, 나는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마트에서 무심코 과자 한 봉지를 집으려다 포장지를 떠올리게 되었고,
카페에서 주문할 때도 텀블러가 없으면 그냥 앉아서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무언가를 살 때마다 '이건 끝나고 어디로 갈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 질문 하나가 내 소비를 바꾸고, 삶의 우선순위를 바꿨다.
한 번의 짧은 도전이었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불편함과 성찰은
내 일상에 ‘줄이는 삶’이 아닌 ‘깨어 있는 삶’을 남겨주었다.
이제는 무조건 쓰레기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쓰레기의 의미를 스스로 묻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그 변화가 나를 더 가볍고 단단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 마무리하며: 오늘 당신의 쓰레기는 몇 리터였나요?
일주일간 1리터의 쓰레기만 만들기.
이 짧은 실험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그건 단지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도전이 아니었다.
무심했던 일상 속 선택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고,
지구와 내 삶을 조금 더 가깝게 연결해보는 경험이었다.
혹시 당신도 지금 쓰레기를 줄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완벽함보다 시도 자체에 집중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첫 번째 유리병이 비어 있을 필요는 없다.
단지 그 안을 들여다보려는 용기만으로도
이미 제로웨이스트의 여정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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