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마지막 순간’이 남기는 환경 발자국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환경을 지키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라스틱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는 삶을 실천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죽음 이후는 어떨까?
많은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바로 장례문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대의 장례는 매우 자원 집약적인 과정이다.
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자연이 파괴되고,
화장 과정에선 다량의 에너지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장례식장에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조화가 넘쳐난다.
장례 한 번에 발생하는 폐기물과 온실가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제는 죽음의 방식 또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이
‘나의 장례는 자연에 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장례문화가 가진 환경 문제,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가능한 대안적 장례 방식,
실천 사례와 제도 변화,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준비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1. 현재 장례문화의 환경 부담 – 보이지 않는 낭비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장례 방식은 대부분
환경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특히 한국의 장례는 여전히
성대한 의식과 소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장 방식의 문제
- 묘지 조성을 위해 산지 훼손, 생태계 파괴
- 시멘트 관, 방부 처리된 나무, 금속 손잡이 등이 자연 분해되지 않음
- 제사 문화로 인해 장기간 음식 낭비, 제사용기 폐기물도 발생
화장 방식의 한계
- ‘친환경적’이라 알려졌지만, 고온 소각 시 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 화장 후 유골은 유골함(대부분 플라스틱 혹은 금속)으로 영구 보관
- 봉안당 역시 건물 자체가 높은 에너지 소비 구조
장례식장과 문상 문화
- 일회용 식기, 플라스틱 생화 화환, 비닐로 포장된 조의금 봉투 등
- 3일 장례 동안 발생하는 폐기물 양은 평균 300L 이상
- 과도한 음식 준비 → 남은 음식물은 대부분 폐기
장례문화는 ‘인간적인 예의’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환경적 문제를 외면한 채 유지되어온 문화이기도 하다.
2. 제로웨이스트 장례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제로웨이스트 장례는 어떤 모습일까?
정답은 없지만, 핵심은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장례 방식이다.\
제로웨이스트 장례의 기본 원칙
- 비폭력적이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 방부 처리나 인공 장식 없이, 생분해 가능한 자재만 사용한다.
- 추모는 공간보다 기억으로 남긴다.
대표적인 대안 장례 방식
방식 | 설명 | 환경성 |
자연장(수목장/잔디장) | 유골을 나무나 잔디 아래에 묻는 방식 | 땅 훼손 최소화, 공간 재이용 가능 |
자연매장(Green Burial) | 방부 처리 없이 생분해 가능한 관으로 매장 | 시멘트·금속 사용 안 함 |
알칼리 수화장(Alkaline Hydrolysis) | 물과 알칼리를 활용한 분해 방식 | 탄소배출 거의 없음, 해외 일부 국가 시행 중 |
가루화 후 뿌리기 | 유골을 바다·숲에 뿌리는 산분장 방식 | 유골함 폐기 없이 자연 회귀 가능 |
장례 준비 요소의 변화
- 관: 금속 없이 만든 나무 또는 대나무 관, 생분해 가능 천 관 사용
- 유골함: 재활용 유리, 도자기, 종이 소재 또는 유골함 없이 산분
- 꽃: 플로럴폼 없는 생화, 또는 화환 대신 기부 요청
- 상차림: 소박한 채식 식단, 일회용기 없는 식사 방식
이처럼 장례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바꾸는 것이
곧 제로웨이스트 장례로 나아가는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3. 제도와 사회 인식 변화 – 조금씩 움직이는 조용한 혁신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환경을 고려한 장례 방식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정부도 ‘친환경 장사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 변화
- 자연장지(수목장, 잔디장 등) 운영 확대
→ 2023년 기준 전국 80여 곳 설치 -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 자제 캠페인
→ 일부 장례식장에서 다회용 식기 도입
사회적 흐름
- ‘마지막도 미니멀하게’라는 키워드로
간소한 장례, 가족 중심 장례를 원하는 수요 증가 - 청년층 중심으로 유언장에 ‘환경을 위한 장례 방식’ 기입하는 사례도 등장
- 장례 대신 생전 정리·기부·기억 나누기를 중요시하는 움직임 확산
실제 실천 사례
- 경기도에 사는 이영숙 씨(58)는 “나는 수목장을 희망하며 유언장에 적어두었다”고 말했다.
- 제주도 한 가족은 부모님의 유골을 도자기 유골함에 담아 집에 보관하며 작은 추모공간을 꾸몄다.
- 서울의 한 대안 장례 플랫폼에서는 “플로럴폼 없는 화환만 받습니다”를 문상 안내문에 명시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들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우리가 죽음 앞에서도 지구를 생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자연으로의 회귀
장례는 단지 떠나는 사람을 위한 의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정서적 이별의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다.
제로웨이스트 장례는 그런 이별의 순간에 과잉된 소비와 상업성을 걷어내고,
진정한 애도와 기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꽃 대신 나무를 심고, 시멘트 납골당 대신 숲길을 걸으며,
남겨진 사람들은 “이 사람이 지구를 사랑했던 방식”으로 고인을 떠올린다.
화려한 의식보다 자연과 하나 되는 고요한 방식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우리의 삶 전체가 자연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시대의 진짜 ‘애도’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 마무리하며: 마지막 선택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살아가는 동안만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삶의 철학이다.
우리는 자신의 마지막을
보다 조용하게, 작게, 그리고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
지구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
그 실천은 장례라는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삶의 철학을 마지막으로 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의 장례는 꼭 수목장으로 해줘.
플라스틱 꽃은 받지 말고, 대신 나무를 한 그루 심어줘.”
이처럼 작은 말 한마디가,
다음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지속가능의 유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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