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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본 재포장 제품의 문제

🌱 ‘친환경 포장’이라고 믿었던 것의 이면

최근 몇 년 사이,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소비 제품들에는 ‘친환경 포장’, ‘미니멀 패키지’, ‘무색 무향 재활용 소재’ 같은 문구가 자주 붙는다.
기업들은 ESG경영,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흐름을 반영해 포장에 많은 투자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 가지 현상이 눈에 띈다.
바로 ‘재포장 제품’의 증가다.

재포장(Repackaged)이란, 한 번 포장된 제품이 다시 한 번 포장되어 판매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작은 과자 봉지를 다시 한 번 큰 비닐 포장에 담는다든지, 개별포장된 세제를 다시 포장박스에 넣어 판매하는 형태 말이다.
겉보기에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는 이 같은 포장 방식이 불필요한 자원 낭비이자, 소비자의 착각을 유도하는 장치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자의 입장에서
재포장이 어떤 문제를 유발하는지,
왜 ‘환경을 위한 포장’이 오히려 환경에 해가 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본 재포장

 

📦 1. 재포장은 왜 생겨났나? 소비 트렌드의 이면

우리가 재포장 제품을 자주 마주치게 된 이유는 ‘판매 효율’과 ‘소비자 심리’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소형 제품을 낱개로 판매하면 유통·진열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개별포장이 더 깔끔하고 위생적”이라는 심리가 있다.

예를 들어,

  • 1회용 커피믹스 낱개 20개를 다시 한 번 큰 비닐팩에 넣는다.
  • 개별 비누를 다시 얇은 필름으로 묶고, 또다시 종이 상자에 넣는다.
  • 견과류 30일 패키지를 개별 소포장 후 다시 박스에 담아 구성한다.

이러한 재포장 형태는 겉보기엔 ‘프리미엄’, ‘선물용’, ‘간편성’이라는 키워드로 포장되지만
결과적으로 쓰레기의 양이 2배, 많게는 3배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로웨이스트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포장은
“필요 최소한의 포장만으로,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현재 재포장 트렌드는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 2. 재포장의 주요 문제점 3가지

① 불필요한 쓰레기 증가

재포장 제품은 포장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물건 하나를 소비할 때 기본적으로 2~3개의 포장재가 배출된다.

예:

  • 소포장된 과자 + 묶음 비닐팩
  • 개별 플라스틱 튜브 + 종이박스 + 외부 포장필름

이러한 포장 쓰레기들은 분리배출도 어렵고 재활용률도 낮다.
특히 비닐 포장, 유광 코팅 종이, 복합재질 포장은 대부분 소각 처리된다.

② 소비자의 ‘친환경 착시’ 유발

많은 기업이 재포장을 하면서도 ‘친환경 패키지’, ‘100% 재활용 가능 소재’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있는 개별포장 하나하나는 여전히 일반 비닐, PVC, 유색 PET 등이다.

즉, 전체적으로는 ‘포장 쓰레기 총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는 ‘환경을 고려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만 남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오히려 친환경 실천의 진정성을 흐릴 수 있다.

③ 가격 상승과 소비 패턴 왜곡

재포장은 보통 더 비싸다.
물론 개별포장으로 인한 가공비용, 추가 포장자재, 디자인 비용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포장만 바뀐 제품이 ‘프리미엄 제품’처럼 인식되며 소비자 행동을 바꾼다는 점이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자라면 “제품 본질은 같고, 쓰레기만 더 나올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3. 재포장을 줄일 수 있는 실천 방법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재포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소비자로서 대응할 수 있을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아래와 같은 작은 실천들로 재포장을 줄이는 소비 습관을 만들 수 있다.

 

① 낱개포장보다 대용량 구매

  • 똑같은 제품이라면 소포장보다 벌크형(대용량)을 선택
  • 견과류, 커피믹스, 과자, 세제 등은 벌크 구매 후 집에서 필요한 만큼 나눠 사용

예: 견과류 30일 분량 개별포장 대신, 500g 벌크 제품 + 재사용 용기 조합

 

② ‘포장 간소화 제품’ 또는 무포장 제품 구매

  • 요즘은 ‘포장 없는 제품’, ‘플라스틱 프리’ 제품을 표방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 고체 샴푸, 벌크비누, 무라벨 생수병, 리필형 세제 등이 대표적

③ 포장 기준으로 브랜드 평가하기

  • 친환경 브랜드는 단지 상품의 성분뿐 아니라 포장 설계까지 고려한다
  •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나 제품 설명에서 포장재 정보를 확인하고 선택
  • ‘예쁜 포장’이 아닌, ‘필요한 포장’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④ 소비자 피드백 남기기

  • “포장이 너무 과하네요”, “재포장 대신 단순 포장도 괜찮습니다” 같은
    의견을 구매 후기에 남기면 브랜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게 된다

🧠 4. 기업과 소비자의 공동 책임

재포장의 문제를 단순히 소비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브랜드와 제조사 역시 지속 가능한 생산과 유통을 위해 포장 설계를 바꿔야 한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이미 ‘제로패키징’, ‘재사용 용기 배송’, ‘리필 가능한 소분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 샴푸바 브랜드가 포장 없이 종이 스티커만 붙여 배송하거나
  • 온라인몰이 ‘포장 간소화’ 옵션을 제공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더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는 이러한 브랜드를 지지하고,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재포장은 줄어들고 진짜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 마무리하며: 겉보다 속을 보는 소비, 그것이 진짜 제로웨이스트다

재포장은 말 그대로 ‘겉모양’을 다시 한 번 감싸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겉모양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우리는 본질을 놓치고, 환경에는 또 하나의 쓰레기를 남기게 된다.

진짜 제로웨이스트는 물건을 덜 쓰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손에 들어왔는지를 돌아보는 자세로 완성된다.

예쁜 포장, 정성스러운 외관보다
재활용이 가능한가, 쓰레기가 적은가, 포장이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고민하자.

오늘 당신이 선택하는 제품 하나가
재포장이라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안목이
곧 브랜드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